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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벨트를 가다] 오르지 않는 커피 시세와 브라질 농가의 한숨

입력 2019.11.06 09:00

<15회> 영원한 커피 대국, 브라질을 떠나며
올해 수확기에 내린 서리로 커피나무가 갈색으로 변했다. 냉해는 브라질 남부 커피 산지에서 가장 두려운 자연 재해다. 서리 피해에도 불구하고 올해 커피 가격은 2005년 이후 최저 수준이다. 최상기씨 제공

카파라오와 마타스 지 미나스의 농가들을 둘러보면서 브라질 커피의 새로운 가능성을 확인한 후, 다시 남쪽으로 이동했다.

모지아나(Mojiana)는 상파울루 주의 북쪽에 위치한 커피 산지로, 미나스 제하이스 주의 술 지 미나스와 산맥을 경계로 맞닿은 곳이다. 세하도, 술 지 미나스와 함께 브라질 3대 커피 산지 중 하나로 꼽히는 지역으로 오래 전부터 커피를 재배해온 전통을 자랑한다.

차로 드넓게 펼쳐진 커피 생산 지역을 달리던 중에 마치 물감을 드리운 듯 갈색 빛이 도는 커피 밭들이 눈에 띄었다. 어떤 곳은 커피가 심어진 가장자리로만 갈색 빛이 도는가 하면, 어떤 곳은 농장 전체가 갈색으로 변해버린 곳도 있다. 서리를 맞은 커피나무들이다. 커피는 추위에 취약해 차가운 안개가 내린 곳은 모두 갈색으로 타버린다. 심한 피해를 본 나무는 당해 수확은 물론, 더 이상 커피 생산이 불가능해 모두 버려야 한다. 그리고 그 땅에 다시 묘목을 심어 커피를 수확할 수 있는 3~4년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냉해는 커피 농장주에게 가장 치명적인 피해다. 심각한 피해를 받지 않았다 하더라도 잎에 작은 균열이 생기는 등 손상을 받아 다른 병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브라질은 비교적 적도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도 커피를 재배하기 때문에 가끔씩 무자비한 서리 피해를 겪는다. 올해는 미나스 제하이스 주의 술 지 미나스와 세하도 지역, 파라나 주와, 상파울루 주의 일부 지역이 차가운 냉기로 인해 커피나무가 타버리는 피해를 입었다. 피해를 본 커피 농장은 재앙과 같은 일이지만, 브라질 커피 산업 전체로 보면 꼭 나쁜 일만은 아니다.

1975년 7월 어느 겨울날 새벽, 당시 브라질 주요 커피 산지였던 파라나(Paraná) 주 북부 지역이 몇 시간 동안 영하로 떨어졌다. 파라나는 상파울루 아래에 위치한 주다. 20세기 초 상파울루 주가 커피 가격의 안정을 위해 지역 내 새로운 커피 농장 허가를 내주지 않으면서 대체지로 급부상했다. 이 지역은 남미에서 커피 생산이 가능한 한계 위도에 놓여있어서 간간히 냉해 피해를 보곤 했는데, 그 해 겨울에는 검은 서리라고 불리는 한파가 꽤 넓은 지역으로 내려왔다. 수확기를 앞둔 파라나 주의 거의 모든 커피나무들이 일순간 갈색으로 변해버렸다. 커피 가격은 곧바로 반응했다. 뉴욕의 커피 선물 시세는 3배 가량 폭등했고, 냉기 피해를 보지 않은 다른 지역의 커피 농장들은 뜻밖의 행운을 만나게 됐다. 이 후에도 서리 피해는 4~7년 간격으로 반복돼 나타났는데, 그 때마다 커피 가격이 출렁이면서 피해를 본 브라질에서조차 이를 신의 선물로 여기기도 했다.

그러나 요즘은 예전과 같은 자연재해가 커피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다. 왜 그럴까? 올해 5월 즈음의 뉴욕 상품시장에서 거래되는 커피 선물 가격은 0.88달러 수준으로, 2005년 이후 최저 수준이었다. 커피 시세는 브라질 일부 커피 산지의 서리 피해가 보도된 직후인 지난 7월에 1.16달러로 올랐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커피 가격이 오르자 매입세를 보인 국제 투기세력들이 이익 실현을 위해 대량 선물 매도에 나서면서 커피 시세가 하락 압력을 받은 것이다. 최근의 커피 선물 가격도 여전히 파운드당 1달러 아래에 머물러 있다. 자연재해를 입지 않은 지역들은 예전과 같은 커피 가격 상승의 행운이 없어진 것이다.

커피나무 아래 덤불을 그러모아 커피 체리만 골라내고 있다. 기계 수확이 많은 브라질에서도 농장에서 일하는 작업자들의 하루 일과는 힘들고 고달프다. 최상기씨 제공

1979년 12월 뉴욕의 상업시장에서 커피 선물거래가 시작된 이후 40년이 흐른 오늘날 커피 시세는 당시 개장 초기 가격(1.8달러)의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다. 지난 40년 동안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은 9.9조달러에서 지난해 80.7조달러로 8배 가량 올랐지만, 커피 가격은 오히려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물론 이 가격은 브라질 산토스에서 거래되는 커머더티 커피의 선물 기준가이지만, 전 세계 커피 가격은 이 지수를 기준으로 오르내리기 때문에 모든 커피 생산농가들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물론 커피의 거래 가격은 자연재해뿐 아니라 여러 가지 복잡한 요인들에 의해 움직인다. 1994년 브라질에 들이닥친 이상 한파로 209달러까지 오르는가 하면, 1990년대 베트남의 로부스타 생산량이 1,400%나 늘어나면서 2001년 0.43달러 수준까지 폭락하기도 했다. 지난 2011년에는 중미에 불어 닥친 엘니뇨 기상이변과 커피 녹병의 기습으로 2.99달러까지 치솟았다. 최근 수 년간은 글로벌 커피 수요가 완만한 증가세를 이어감에도 불구하고 이보다 가파른 공급량의 증가로 국제 커피 가격은 계속 내리막을 이어가고 있다.

커피 시세가 바닥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면서 브라질의 커피 생산 농가들 중에서도 밭을 갈아 엎거나, 담배나 콩 등 대체 작물을 심는 농장들이 나오고 있다. 주로 소규모 생산농가들이다. 대형 농장들은 오히려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는 수준까지 커피 재배 면적을 넓히기도 한다. 농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국제 커피 가격의 하락은 규모에 관계없이 대부분의 브라질 커피 농장들을 위협한다. 더구나 생산 규모나 생산성 면에서 브라질보다 열악한 다른 나라 커피 재배 농가들의 어려움은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세하도 커피 산지에서 만났던 커피 농장주에게 작황을 물었을 때, 올해 소출도 좋다고 하면서도 순간 표정이 어두워지는 이유가 거기에 있었다. 다른 1차 산업도 마찬가지겠지만, 농업이라는 차원에서 커피는 그다지 수익이 좋은 작물이 아니다. 자연재해로 큰 낭패를 보거나, 반대로 작황이 좋아 생산량이 늘더라도 이래저래 어려운 결과만 따라올 뿐이다. 아울러 이로 인한 커피 생산 지역의 빈곤은 가정 해체나 공동체 해체로 이어지기도 한다.

우리가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그 커피를 생산한 농가와 농민의 삶까지 헤아리기는 어렵다. 또 40년 전 우리가 마셨던 한 잔의 커피 가격이 얼마였던가를 우리는 기억조차 할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전 세계 대부분의 커피 생산농가들이 지긋지긋한 가난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는 것, 그리고 지구 반대편 커피 생산 농가들이 시장에서 받는 커피 가격은 40년 전의 절반 수준이라는 점이다. 커피나무 아래로 떨어진 커피 체리를 주워담거나, 하루 종일 땅바닥에 앉아 좋지 않은 커피를 골라내는 일을 하는 커피 농가 가족들이 결코 빈곤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유다.

국제커피기구(ICO)가 밝힌 전 세계 커피 농가는 2,600만 가구로, 적어도 1억명이 넘는 사람들이 커피 농사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에필로그]

브라질은 커피 대국이다. 과거 300년 동안 그 지위는 지켜져 왔고, 지구인들이 커피를 마시는 한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브라질 커피는 수확량이 많다 보니 비교적 가격도 저렴하다. 이런 이유로 커피를 좋아하는 많은 소비자들로부터 대량 생산과 품질이 낮은 커피로 오해 받는다. 그래서 온 정성을 다해 커피를 생산하는 브라질의 산골 소농들은 그 품질만큼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하기도 한다.

하지만 아라비카 커피의 맹주인 커피 선진국 브라질은 다른 어느 곳보다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커피 농장들은 각자의 방법론으로 황홀하고 화려한 색깔의 스페셜티 커피들을 생산한다. 생산 규모가 아닌, 커피의 다양성과 품질의 일관성으로 최고의 커피를 보여주겠다는 브라질 농가들의 경쟁은 치열하다.

오해는 편견이 되고, 편견은 잘못된 상식으로 변질되기 쉽다. 브라질 커피에 대한 우리의 상식은 일부분 왜곡됐다. 브라질 커피는 빠르게 변화해가고 있으며, 이제 이런 노력들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할 필요가 있다. 브라질을 다녀온 지 수개월이 지났지만, 카파라오의 작은 농가에서 마신 커피 맛을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 [커피 벨트를 가다] 브라질 편은 이번 회를 마지막으로 막을 내립니다. 다음 회부터 아프리카의 진주, 우간다 편이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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